Category:
Trip
단 하나의 창
여행지역 ㅣ
일본
여행날짜 ㅣ
여행날짜 : 2027년 10월 13일 ~ 17일(4일간)
여행강사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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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Point - 1

종교와 핍박
여행은 산에서 시작합니다.
운젠은 표고 700미터의 화산 고원입니다. 서른 곳 넘는 분기공에서 유황 증기가 솟구치는 이곳을 일본인들은 '지옥(地獄)'이라 부릅니다. 온천을 뜻하는 말이자 문자 그대로 지옥이기도 한 이중의 이름입니다. 1934년 일본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땅이고, 상하이와 홍콩의 서양인들이 여름마다 올라오던 국제 피서지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온천의 끓는 물이 한때 고문 도구였습니다. 1627년부터 시마바라 번주는 영내 그리스도인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이 유황천을 사용했고, 사람들은 끌려가는 것을 '산에 들어간다(山入り)'고 불렀습니다. 지금 산책로 위 언덕에는 순교비가 서 있습니다. 아래로는 온천 계란을 파는 노점이, 위로는 400년 전의 이름들이 있습니다.
나가사키 서쪽 바닷가 소토메는 또 다른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금교령 이후 이곳 사람들은 신앙을 버리는 대신 숨겼습니다. 기도문을 소리로만 외워 250년을 대물림한 이들을 '잠복 기리시탄'이라 부르고, 이 마을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소설가 엔도 슈사쿠는 여기를 배경으로 『침묵』을 썼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그의 문학비가 서 있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릅니다.
이 여행은 특정 종교의 순례가 아닙니다. 닫힌 사회가 무엇을 견디게 했는가에 대한 기록으로 이 장소들을 봅니다.
Travel Point - 2

개항과 발전
산을 내려오면 항구입니다.
1859년, 개항한 지 얼마 안 된 나가사키에 스물한 살의 스코틀랜드 청년이 내렸습니다. 토마스 블레이크 글로버. 그가 세운 글로버 상회가 하는 일은 단순한 무역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섭니다.
1863년 막부 몰래 영국으로 밀항한 조슈번 청년 다섯 명, 그중 하나가 훗날 일본 초대 총리가 되는 이토 히로부미였습니다. 이 밀항을 주선한 것도, 원수지간이던 사쓰마와 조슈를 잇는 선도 글로버였습니다. 물건도 들어왔습니다. 일본 최초의 증기기관차, 서양식 채탄 기술, 조선소와 조폐 설비. 그가 세운 수리 도크는 훗날 미쓰비시 조선소의 출발점이 되고, 그가 만든 맥주 회사의 후신이 오늘날의 기린 맥주입니다.
메이지 유신이 정치의 혁명이었다면, 같은 시기 나가사키에서 벌어진 것은 산업의 혁명이었습니다. 언덕 위에 남은 그의 저택은 현존 일본 最古의 서양식 목조 주택인데, 서양식 베란다 아래에 일본식 기와가 얹힌 절충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건물 자체가 이 도시의 성격입니다.
바로 아래 오우라 천주당이 특별한 이유는 건축이 아닙니다. 1865년 인근 마을 농민 몇 명이 이곳에 들어와 신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고, 250년 동안 숨겨온 신앙이 그날 처음 밖으로 나왔습니다. 오전에 소토메에서 본 마을들이, 오후 이 교회 문 앞에서 마침내 창을 열고 나온 것입니다.
Travel Point - 3

아픔과 역사
창을 여는 데에는 대가가 따랐습니다.
글로버가 서양식 기술을 도입한 하시마 탄광은 일본 근대 산업화의 상징이 됐고, 훗날 태평양전쟁기 조선인 강제동원의 현장이 됩니다. 우리가 '군함도'라 부르는 그 섬입니다. 근대화의 서사와 그 그늘은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 여행은 어느 한쪽만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9일, 이 도시 위로 두 번째 원자폭탄이 떨어졌습니다. 하필이면 잠복 기리시탄들이 250년 만에 신앙을 되찾았던 우라카미 지역 상공이었습니다. 창은 무엇을 들여보내고, 무엇을 대가로 요구하는가. 나가사키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나란히 놓아둘 뿐입니다.
Travel Point - 4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무겁기만 한 여행은 아닙니다.
첫날 저녁에는 서늘한 고원의 유황천 노천탕에 몸을 담급니다. 이 여행이 휴식으로 시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식탁도 그 자체로 역사입니다. 일본·중국·서양 요리가 한 상에 올라 원탁에 둘러앉아 나눠 먹는 싯포쿠 요리, 1899년경 가난한 중국인 유학생들을 먹이려 남은 재료를 몽땅 넣고 끓여낸 나가사키 짬뽕,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가 전한 뒤 이제는 포르투갈에도 없는 음식이 된 카스텔라.
들어온 것은 결국 그 땅의 것이 된다. 나가사키가 400년 동안 반복해온 일이 이 도시의 식탁 위에 남아 있습니다.

Travel Preview Session
AVIA는 여행 출발 약 한 달 전, 사전 모임을 진행합니다.
이 모임에서는 우리가 이 여행을 어떤 질문으로 시작하면 좋은지, 그리고 여행지에서는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지에 대해 여행에 대한 이해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왜, 무엇을, 어떻게 여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떠나는 여행은 ‘처음 보는 풍경’이 아니라 ‘상상했던 풍경'을 마주하는 놀라운 경험으로 변화됩니다.
진행 방식 안내
사전 모임은 여행 출발 약 한 달 전 진행됩니다.
여행의 주제에 맞는 전문 강사와 함께합니다.
사전 모임 참석이 필수는 아니지만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권장됩니다.
현장 참석이 어려운 분들께서는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며, 추후 녹화본이 제공됩니다.
AVIA는 ‘알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생각하고 떠나는 여행’을 만들고자 합니다.
여행은 공항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질문을 갖는 순간, 이미 시작됩니다.
